나른한 오후

호수

한가한 오후,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만이 귀에 들려온다. 오후의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들며, 방 안에는 얇은 먼지가 반짝거리며 춤을 추고 있다.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는 몇 점의 구름이 떠 있어, 마치 아이들이 그린 그림 같다.

 

밖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는 조용함이 흐르고 있다. 창 밖으로 한 번 힐끗 보면, 나무들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몇몇 아이들이 웃으며 뛰노는 모습,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그들 뒤를 쫓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한 손에는 따뜻한 차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좋아하는 책을 펼쳐놓는다. 차의 향기와 책의 문장들이 어우러져, 마음 깊숙한 곳까지 온전한 평온함이 이어진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조용한 행복함을 느낀다.

 

이렇게 나른한 오후에는 어쩌면 우리의 일상에서 잊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며, 현재의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오후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나중에 이런 나른한 오후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마음껏 나른함을 느껴보자.